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가방 속 무거운 선풍기는 짐처럼 느껴지고, 그렇다고 안 들고 나가자니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계절이 벌써 왔네요. 편의점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3,450원이라는 가격을 보면서 '이게 제대로 돌기는 할까' 싶은 의구심이 드는 건 아마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살까 말까 고민하며 장바구니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는 분들을 위해 제가 대신 지갑을 열어봤습니다.
제품 첫인상
택배 박스를 열자마자 느껴지는 건 정말 장난감 같은 가벼움이었는데, 손에 쥐었을 때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휴대성 하나는 끝내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핑크색 컬러는 상세 페이지보다 약간 더 화사한 느낌인데, 고급스러운 로즈골드 계열보다는 어릴 적 문구점에서 보던 친숙하고 선명한 핑크색에 가깝습니다. 플라스틱 재질이 아주 탄탄해 보이진 않지만, 가격표를 다시 한번 떠올려보면 모든 게 너그러이 용서되는 수준이긴 해요.
구성품은 아주 심플하게 본체 하나가 전부인데, 요즘 유행하는 USB 충전 방식이 아니라 건전지형이라는 점이 꽤나 독특하게 다가왔습니다. 처음엔 번거롭지 않을까 싶었지만, 보조배터리 챙기는 걸 매번 까먹는 제 입장에서는 차라리 편의점에서 건전지 사서 끼우는 게 나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별도의 세팅 없이 건전지만 넣으면 바로 돌아가니 기계치인 분들도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써보니
건전지를 넣고 전원을 켜보니 생각보다 바람의 직진성이 나쁘지 않아서 깜짝 놀랐는데, 얼굴 바로 앞에 대고 있으면 땀을 식히기엔 충분한 풍량이었습니다. 한 외부 리뷰에서는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 얼굴 바로 앞에서 쓰기엔 이만한 게 없다"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실제로 써보니 딱 그 말이 정답이더군요. 책상 위에 두고 멀리서 바람을 쐬는 용도보다는, 이동 중에 코앞에서 열을 식히는 용도로 찰떡입니다.
다만 소음 부분은 솔직히 좀 있는 편이라 조용한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쓰기엔 주변 눈치가 보일 수 있습니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꽤나 앙칼지다"는 사용자들의 후기처럼, 야외 소음이 있는 길거리에서는 괜찮지만 적막한 실내에선 존재감이 확실히 드러나더라고요. 팬 크기가 작다 보니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물리적인 소음이라 이건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큰 특징인 건전지 방식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지점인데, 배터리 효율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좋지는 않아서 연속 사용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하지만 캠핑이나 등산처럼 전기를 쓰기 힘든 환경에서는 보조배터리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엄청난 메리트가 되더군요. 무게가 워낙 가벼워서 얇은 반바지 주머니에 쏙 넣고 다녀도 옷태가 망가지거나 처지지 않는 점은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일주일 정도 가방에 넣고 막 굴려봤는데, 의외로 내구성이 나쁘지 않아서 가방 안에서 부서지거나 하는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물론 떨어뜨리면 한 번에 분해될 것 같은 불안함은 여전하지만, 3천 원대 제품에 빌드 퀄리티를 논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한 시즌 가볍게 쓰고 소모품처럼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속 편한 아이템이 있을까 싶습니다.
장점과 아쉬운 점
저렴한 가격만큼 명확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라, 본인의 사용 목적을 잘 따져보는 게 중요합니다.
- 충전식이 아니라 건전지를 계속 사야 하는 추가 비용과 번거로움
- 실내에서 쓰기엔 다소 신경 쓰이는 모터 소음 수위
- 풍량 조절 기능이 아예 없어 세밀한 조절이 불가능함
- 플라스틱 마감이 다소 날카롭거나 허술해 보이는 내구성
- 커피 한 잔보다 저렴한 압도적인 가성비
- 깃털처럼 가벼운 무게로 손목 부담 없는 극강의 휴대성
- 충전 기다릴 필요 없이 건전지만 끼우면 바로 풀파워 작동
- 핑크색 특유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감성으로 아이들도 좋아함
이런 분께 / 이런 분은 비추
결론적으로 이 제품은 메인 선풍기로 쓰기보다는 서브용, 혹은 비상용 아이템으로 가치가 충분합니다. 아이들 장난감 대용이나 여름철 짧은 등하굣길, 혹은 여행지에서 가볍게 쓰다가 잃어버려도 전혀 마음 아프지 않을 정도의 가격이니까요. 정교한 기능이나 조용한 바람을 원하시는 분들에겐 비추하지만, 가성비 하나만 보고 가볍게 들고 다닐 분들에겐 훌륭한 선택지가 될 거예요.
비싼 핸디 선풍기 사놓고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이런 가벼운 녀석 하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이로울지도 모릅니다. 올여름 주머니 속에 부담 없이 쏙 넣고 다닐 가성비 끝판왕 미니 선풍기를 찾는다면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입니다. 😊
가성비 하나는 진심 미쳤으니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써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