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작년에 쓰던 구형 선풍기를 꺼냈다가 실망하고 말았다. 소음은 크고 바람 세기는 투박해서 재택근무를 할 때마다 집중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조용한 환경에서 화상 회의를 자주 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덜덜거리는 선풍기 소음은 큰 방해 요소였다. 10만 원 이하의 예산 안에서 저소음 BLDC 모터를 탑재하고, 이왕이면 책상 근처에 두었을 때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세련된 제품을 찾다가 르젠 LZEF-DC290 바크그레이 모델을 선택하게 되었다. 88,800원이라는 가격은 기능 대비 합리적으로 느껴졌고, 흔한 화이트 컬러가 아닌 짙은 그레이 톤이 주는 고급스러움이 결정적인 구매 요인이었다.
제품을 배송받고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역시 색감이었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차분하고 매트한 느낌의 바크그레이 컬러는 거실의 어두운 가구들과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졌다. 조립 과정은 꽤나 직관적이었다. 별도의 복잡한 도구 없이도 설명서를 따라 5분 정도 투자하니 금방 완성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테스트해 본 것은 BLDC 모터의 핵심인 소음이었다. 이 제품은 1단부터 24단까지 아주 세밀하게 풍량을 조절할 수 있는데, 보통 5~8단 정도로 맞춰두면 작동 중인지 잊어버릴 정도로 조용했다. 덕분에 업무 중에도 소음 스트레스 없이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제품의 진가는 퇴근 후 침대에 누웠을 때 비로소 나타났다. 전용 앱인 'MyLezen'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와이파이로 연결해두면, 굳이 리모컨을 찾으러 일어나거나 본체까지 걸어갈 필요가 없다. 앱을 통해 전원은 물론 풍량, 회전 각도, 타이머까지 손가락 하나로 조절이 가능하다. 특히 회전 각도를 30도, 60도, 90도 등으로 세분화해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아주 유용했다. 혼자 있을 때는 30도 정도로 좁게 설정해 바람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고, 에어컨과 함께 쓸 때는 90도나 상하 조절을 활용해 공기를 순환시키는 서큘레이터 용도로도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물론 3개월간 매일같이 사용하면서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가장 거슬렸던 부분은 조작할 때마다 발생하는 '삐' 소리다. 전원을 켜거나 풍량을 조절할 때 나는 이 비프음은 볼륨 조절이 불가능하고 꽤나 날카로운 편이라,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밤에는 가족들의 눈치가 보일 때가 있었다. 또한 앱 연동 기능은 매우 편리하지만, 초기 설정 시 2.4GHz 와이파이만 지원하기 때문에 5GHz를 주로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연결 과정이 다소 번거로울 수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높이 조절 부위가 아주 견고한 느낌은 아니어서, 제품을 옮길 때 약간의 흔들림이 느껴지는 점은 내구성 면에서 조금 아쉬운 대목이었다.
결론적으로 르젠 LZEF-DC290은 완벽한 무결점 제품은 아니지만, 8만 원대라는 가격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성비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특히 디자인과 소음에 민감하고 스마트 가전 활용에 거부감이 없는 30대 사용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선택지다. 세밀한 풍량 조절과 앱 제어라는 편의성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이 제품은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다만 기계 조작이 서툴거나 아주 묵직하고 탄탄한 마감의 프리미엄 제품을 기대한다면 조금 더 고가의 라인업을 살펴보는 것을 권장한다.
